요약
회사를 다니면서 3개월 + 퇴사 후 3개월 = 총 6개월간 이직 준비를 하였고 지금은 이직에 성공하여 번개장터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2년 차 개발자였지만 비전공자에 거의 0년 차 개발자 수준이었던 내가 이직을 하게 된 과정을 정리하려고 한다.
이직 결심
2년간 중소기업 쇼핑몰에서 풀 스택 개발자(말이 풀 스택이지 프런트엔드, 백엔드 구분조차 없는 곳+개발자 없음으로 그냥 모든 일을 다 했다..)로 일했다.
이직을 결심했던 건 사실 꽤 오래되었는데 내일 채움 공제 적금을 넣고 있어서 1년만 더 참자.. 10개월만 더 참자.. 6개월만... 3개월만... 해가면서 2년을 버텨냈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1. 개발 문화 없음, 개발자가 성장할 수 없는 환경
2. 낮은 연봉
그래도 다행인 건 팀원들이 좋아서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2년을 버틴 거고 그 마저 없었으면 이직 생각을 하자마자 퇴사를 했을 것 같다.
이직 계획
전 회사에 근무할 때는 당장 회사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직을 위한 공부를 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막연하게 시간만 보내다가 지인에게 토스에서 개발자를 구하고 있다는데 한 번 지원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당장 이직할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인재풀 등록을 지원했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사전 과제에서 죽을 쒔다.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었고 이것을 계기로 나는 아주 아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프런트엔드로 갈 것인가, 백엔드로 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나는 백엔드를 더 하고 싶었지만 전 회사에서 한 업무 내용을 봤을 때 백엔드는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아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지원을 하는 게 더 적합해 보였다.
하고 싶은 직무를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언젠가는 백엔드 개발자로 넘어가리라 결심하면서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이직 준비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이직을 하기 위해서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총 세 가지였다.
1. 알고리즘
2. 포트폴리오
3. 기술면접 대비
알고리즘은 꾸준히 스터디를 해오고 있고 재밌어서 혼자서 많이 연습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없었지만 2, 3번이 문제였다.
또 나는 제대로 된 기술면접을 본 경험이 없어서 기술면접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면접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며 이직 준비하기
토스에 떨어지고 난 후 일단 이력서를 보강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개인적으로 공부를 전혀 안 하는 개발자였기 때문에 개인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준비해서 개인 프로젝트를 두 개 만들었고 이것으로 이력서를 보강했다.
그리고 난 후 이력서를 30군데 정도 넣었다.
서류 통과를 한 곳은 6곳? 정도 되었는데 한 곳 빼고는 모두 사전과제가 있었다.
이 사전과제는 보통 일주일을 줬기 때문에 여러 개가 겹치니까 정말 정신이 없었다.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서 사전과제를 열심히 했지만 나의 실력도 부족한데 거기다가 한 회사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한 곳 빼고는 모두 탈락했다.
그래서 총 두 곳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 회사들의 면접 후기는 아래에서!)
그 두 곳에 면접을 보고 나니 든 생각이 '도저히 회사를 다니면서는 이직을 못하겠다'였다.
나는 최대한 많은 회사에 문을 두드려보고 싶었는데 여러 군데를 지원하다 보니 사전과제를 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고 면접 때마다 반차, 연차를 소진하기에는 눈치도 보이고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전업 이직러의 삶
내가 퇴사를 하고 이직을 준비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 찬성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성급히 퇴사하지 말고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해라, 후회한다라고 했는데 나는 내 결심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에 내 생각대로 하기로 했다.
퇴사를 하고 나서 이주 정도는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이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편하게 놀 수가 없었다.
매일 일어나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하고, 알고리즘 공부, 자바스크립트 공부, 리액트 공부 등 너무 할 게 많았다.
할 게 많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개발자로서 그동안 노력을 전혀 안 했다는 뜻이기도 해서 이번 기회로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그날 채용 공고를 보면서 한 번에 몰리지 않도록 지원을 넣었고 채용공고를 참고해서 이력서를 자주 수정했다.
이력서를 고치면 고칠수록 서류 합격률이 높아져서 이것이 동기부여가 되었다.
포트폴리오는 이런 식으로 매일 업데이트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갔고 기술면접은 자바스크립트 책 하나를 정해서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넣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다.
이직 막바지쯤에는 지원한 곳의 90%는 서류합격 통보를 받았고 기술면접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마음가짐
내가 퇴사 후 이직하겠다고 선택하였지만 아무래도 계속 탈락 통보를 받으면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좌절만 하고 끝난다면 나는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
면접이 끝난 후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들을 모두 정리하고 오답노트를 시작했다.
내가 대답을 했던 질문도 한 번씩 다시 보면서 어떻게 대답하는 게 더 좋았을지 고민했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탈락했을 때는 그냥 좀 붙여주지... 하기도 했었는데 생각을 고쳐먹고 '나는 이 면접을 통해서 더 성장할 거고 이 면접은 다음 면접을 잘 보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면서 정신승리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니까 멘탈 관리에는 좋았고 다음 면접을 위해 전념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술면접까지 준비하고 나니 그제야 내가 2년 차 개발자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안일하게 살았고 그만한 대우를 받을만했구나 싶어 반성하게 되었다.
지원 후기
채용과정은 회사와 지원자 간 서로 핏을 맞춰보는 단계라는 게 확실히 실감되었던 게 내가 직접 경험을 해보니 회사에서 날 탈락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도 회사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채용 프로세스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었다.
이직을 위한 6개월은 여러모로 많이 배우게 된 기간이었다.
총 40개가량의 기업에 지원했었고 지원했던 회사들 중 기억에 남는 회사들에 대해 기록해보려고 한다.
토스
채용 담당자에게 적합한 직무를 추천받아서 지원하는 경로였고 나는 Node.js Developer (Web Automation) 직무에 지원했다.
사전과제에서 탈락했고 내가 준비가 너무 안 돼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번에는 내가 가고 싶은 직무인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지원해보고 싶었다.
티몬
사전과제는 약 일주일간 진행되었고 거의 획일화되었던 다른 기업들의 사전과제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하지만 난이도는 높지 않기도 했고 사전과제의 합격/탈락 여부를 결정짓는 프로세스도 아니어서 약간은 부담 없이 진행했었다.
1차 면접은 손 코딩을 15분 정도 진행한 이후에 자바스크립트 기본기에 대한 질문과 약간의 네트워크 질문 그리고 사전과제에 대한 리뷰로 구성되었다.
질문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었고 또 면접의 분위기도 편안하고 좋았다.
그리고 1차 면접을 통과하였다.
2차 면접은 CTO와 인사팀에서 15~20분 정도로 기술면접, 인성면접이 차례로 진행되었다.
1차 면접과는 다르게 CTO분이 하는 질문은 내가 잘 모르는 내용들이었고 나는 내 지식을 최대한 조합하고 쥐어짜 내서 대답했다.
인성면접은 이 사람을 채용해도 괜찮을지를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CTO 분과했던 기술면접에서 대답 못한 질문이 많아서 탈락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차도 다행히 합격하였다.
하지만 이후 진행되는 처우 협상 과정에서 왜 이렇게 진행되는 건지 의문점이 드는 게 한두 가지 보이게 되었고 이 회사에 입사해도 괜찮을지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되었다.
이번이 고작 두 번째 지원이기도 했고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여기서 입사 포기 요청을 하였다.
StyleShare / 29CM(무신사)
둘 다 사전과제가 있었고 난이도는 2년 차 개발자라면 무난하게 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었다.
사전과제를 하다 보면 제약조건이 너무 까다롭거나 혹은 너무 없을 때 조금 힘들어졌었는데 StyleShare와 29CM에서는 적당한 수준의 조건을 걸어줘서 그 부분은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아쉬운 건 이 두 회사의 사전과제 기간도 겹쳤고 또 다른 회사의 사전과제 기간과도 겹쳐서 주어진 시간을 다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둘 다 탈락하였지만 사전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는 점이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채널코퍼레이션(채널톡)
나는 알고리즘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이런 장점을 살려서 알고리즘을 보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다가 채널 톡에서 알고리즘을 본다는 채용 공고를 보았고 회사에 대해 알아보니 지원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서를 넣었다.
알고리즘은 다른 회사에서 검증용이라는 느낌이 드는 문제보단 어려웠지만 국내에 코딩 테스트 난이도로 악명 높은 기업들 문제보다는 쉬웠다.
6문제 중에 4.5문제를 맞혔고 코딩 테스트를 통과했다.
다음은 사전과제였는데 내가 채용공고를 꼼꼼하게 보지 않아서 설마 코딩 테스트와 사전과제를 둘 다 보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당황했다.
난이도는 무난했지만 내가 약한 부분인 redux를 관리하는 부분을 잘 짜지 못하였다.
또 최적화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해서 탈락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역시 사전과제에 대한 리뷰를 꼼꼼하게 해 주어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피드백은 내가 받은 것 중 가장 친절했고 채널 톡이 어떤 코드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것도 같이 알려주는 점이 이 회사에 들어간다면 기술적으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회사였다.
지마켓 글로벌
이 회사는 사실 지원서를 넣고 거의 한 달 후에 연락이 왔어서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면접 경험이 너무 좋아서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났다.
비록 1차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내가 본 어느 기술면접보다 질문의 퀄리티가 매우 좋았고 면접관들의 태도도 지원자를 배려해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려고 신경을 쓴다는 게 느껴졌다.
또한 면접을 보다 보면 요즘은 그런 추세가 아니라고는 해도 높은 위치에서 지원자를 평가한다는 권위적인 시선을 조금이라도 느꼈었는데 지마켓 면접 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고 단지 면접관과 지원자 간의 담백한 관계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회사는 수직적이고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면접을 통해 그런 생각이 전부 사라졌고 잘되는 회사는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마켓 글로벌도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지원해보고 싶은 회사였다.
111퍼센트
게임회사의 어드민을 담당하는 프런트엔드 개발자로 지원했고 내가 원래 하던 업무도 백오피스 개발이었기 때문에 직무가 잘 맞을 것 같았다.
코딩 테스트가 있었고 문제 수가 생각보다 적어서 방심하고 풀다가 제출했는데 점수가 그렇게 좋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합격 컷은 넘겼는지 면접 요청 메일을 받았다.
면접 경험은 무난한 편이었지만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간다면 기술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오퍼를 거절하게 되었다.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
이 회사는 내가 개발자가 아닌 다른 일을 할 때에도 가고 싶었던 회사여서 지원할 때도 아주 신중하게 적합한 직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원서를 넣었다.
그런데 채용 과정이 내가 경험한 어떤 기업보다도 최악이었다.
회사 이름을 적지 않고 내가 경험한 내용을 적을까도 고민했었는데.. 이 정도로만 기록하겠다.
많이 기대하고 있던 기업이어서 실망이 큰 것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최고의 경험을 안겨주는 기업일 수 있겠지만 역시 어떤 것이든 직접 경험해보고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번개장터
번개장터는 라이브 코딩을 보는데 내가 뭔가를 착각해서 그에 대한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면접 10분 전에 알게 되어서 급하게 준비를 하고 침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두 번씩이나 채용공고를 꼼꼼히 보지 않는 실수를 하다니 머릿속이 조금 복잡했지만 어찌어찌 라이브 코딩을 했고 다행히 결과는 통과였다.
이어서 기술 면접을 1시간가량 진행했다.
이제까지 면접 오답노트를 하고 자바스크립트를 열심히 공부한 덕분인지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하였고 그 대답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정도였다.
그렇게 1차 면접이 끝나고 2차로 인성면접을 보게 되었다.
인성면접은 으레 그렇듯 지원자가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정도를 파악하는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결론은 2차 면접까지 합격하였고 유일하게 번개장터가 내 희망연봉을 맞춰준 회사여서 고민 없이 바로 입사를 결정하였다.
맺는말
내가 이직을 결심하고 세운 목표가 100군데 지원하기였는데 100이라는 숫자는 생각보다 컸다.
처음에 세운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큼 도전을 해보았고 정말 많이 성장해서 실제로 이직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이런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비전공자로 시작해서인지 내가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항상 불안했고 그러면서도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조차 몰라서 헤맸었다.
지금에서야 어디로 달려가면 될지 길을 찾은 것 같다.
아무튼 만족스럽게 연봉도 올렸고 내가 원하던 환경에서 개발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스스로 기록용으로 적는 글이지만 혹시나 나와 비슷한 상황인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나한테 힘이 됐던 말 중 하나는 실력이 없어도 연봉을 많이 받는 개발자는 있어도 실력이 있는데 연봉을 적게 받는 없다는 말이었다.
앞으로도 내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서 나중에는 존경받는 시니어 개발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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